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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 시절부터 영화음악을 모았다. 영화를 사보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자 차선책으로 그 감흥이라도 간직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다 자연스레 접하게 된 취미였다. 그렇게 한 두 장 모으던 것이 이젠 벽면을 가득 채운다.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적지도 않은, 그런 나만의 컬렉션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히딩크마냥 배가 고프다. 수집이란 세계에서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이제는 듣기 위해 모은다기 보단 모으기 위해 듣는 건 아닐까 심각하게 고려할 만큼 그 작은 취미가 내 생활마저 바뀌었다. 존 윌리암스 John Williams와 제리 골드스미스 Jerry Goldsmith,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 같은 거장들에게 매료되던 소년은 이제 자신이 모으는 영화음악가들의 나이가 자기 형뻘에 다다랐단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영화음악가들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곡가는 브라이언 타일러 Brian Tyler. 2004년 제리 골드스미스의 타계와 바실 폴두어리스 Basil Poledouris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과연 그들처럼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사운드를 들려줄 영화음악가가 바로 등장할 수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우려가 쓸 떼 없는 착각이라도 되었다는 양 그는 할리우드에서 빠른 시간 안에 자리 잡으며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업계 관계자는 물론 영화팬들에게까지도 충분히 각인시켰다. 그의 주가가 상등가를 치게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원래 음악을 맡기로 한 제리 골드스미스가 하차한 [타임라인 Timeline]과 그저 그랬던 호러였음에도 음악 때문에 반은 먹고 들어간 [어둠의 저주 Darkness Falls] 그리고 본 시리즈의 여파로 CQC(Close Quarters Combat : 근접전투술) 액션 붐을 탄 [헌티드 the Hunted], 2003년도의 이들 세 편이었다. 그 전까지 메이저 작업이라고는 전혀 해보지도 못한 새내기 음악가가 포션을 터트린 해였던 것!


그 이후 해마다 견고하게 쌓여져가는 그의 착실한 필모를 보며 기회가 날 때마다 (국내에선 꽤나 힘든 일이지만) 중고 마켓과 사이트를 뒤져 한 장 두 장 모으는 재미는 꽤나 삼삼하다. 그 중에는 구하기 힘든 [콘스탄틴 Constantine] 프로모셔널 앨범도 있고, 꽤 오랜 기간 기다려야 했던 [람보 Rambo] 친필 사인판도 있고,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몰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부바 호-텝 Bubba Ho-tep]도 있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원래 다 모은다는 게 그런 발품의 재미가 아니겠나. 인터넷 때문에 너무 쉬워진 건 아닌가 조금 아쉽기까지 하다. 예전엔 날 잡고 신촌, 종로, 용산, 강남의 여러 레코드점을 돌며 리스트를 작성/구매하던 경건한 나만의 음반 순례길마저 있었는데...


아무쪼록 이 이름을 더 오랜 기간 내 CD장에서 볼 수 있게 되길. 아니 국내 영화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길 조심스레 꿈꾸어본다. 수집이란 꿈을 조금이라도 오래 잡아두고자 싶은 몽상가들의 아름다운 노력들이라 생각하니까. 그런 재미도 없으면 이런 각박한 삶 무슨 재미로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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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력남